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날씨는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듯 봄을 쌀쌀하게 대하고 있다. 여기저기 콜록콜록 기침하는 사람들만 많아졌다.

남북관계는 오히려 한겨울이다.

개성공단 통행은 전격 차단됐고, 미사일 발사 위협 속에 한반도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인사 파동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변하면서 국민적 밀월 분위기도 차츰 식어가고 있다.

경제도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청년층은 취업난 때문에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있으며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고 있다.

봄이 왔어도 진정 봄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들녘만은 새싹을 돋아내고 꽃도 피우고 있어 위안이다. 봄기운의 상징은 고사리가 아닌가 싶다. 벌써 뿌리줄기에서 새싹을 틔우고 있다. 오는 주말부터는 한 뼘 남짓한 고사리들이 다소곳한 모습으로 민초들의 손맛을 유혹할 것이다.

고사리는 여러해살이풀로 전 세계에 큰 군락을 만들어 자생할 만큼 생명력이 왕성하다.

중국의 춘추시대에 백이(伯夷)·숙제(叔齊)가 고사리를 먹고 연명하였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할 만큼 오래전부터 식용됐다.

지천으로 널려있다고 가치마저 떨어지지 않는다. 번식력이 하도 강해서 아무리 송두리째 꺾었어도 얼마 있으면 끝끝내 꼿꼿이 새순을 피운다.

이처럼 끈질기고 억세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기어이 종자를 남긴다. 제사상에 고사리를 올리는 것은 오랜 식용과 함께 이 같은 의미도 담겨있다.

사찰 근처에 자그마한 산불이 나면 스님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산불이 난 자리에 고사리 등 맛난 산채가 먼저 자라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대표적인 체험 관광축제인 제19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가 오는 19일부터 28일까지 열흘간 남원읍 수망리와 남조로 일대에서 펼쳐진다.

고사리는 꺾을 때 꺾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 다 해야 할 시기가 있는 것이니 그때그때 여지없이 해치워야 한다는 말이다. 고사리 채취객들은 벌써 봄바람 났다.



고동수 서귀포지사장